담적병과 함께 치료해야 할 것들
위장의 문제를 이웃 장기들과 연관 지어서 풀어나가야
위와 장 미들존 조직의 손상으로 인한 담적증후군 외에 다른 위장병도 있다. 또한 서양의학에서 주로 말하는 위장병인 염증과 궤양, 헬리코박터균, 폴립이나 선종, 위축성 병변이나 장상피화생 등의 문제가 아닌데도 소화가 안 되는 또 다른 위장병도 많다. 이런 경우 서양의학에서는 기능성, 과민성, 역류성, 신경성, 자율신경이나 호르몬 분비이상 등과 같은 원인을 제시하지만 확실한 치료법은 아직 없다. 소화기 증상으로 의료 기관을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내의 한 연구에 따르면, 약 40%가 기능성 소화불량증, 약 28%가 과민성 대장증후군으로 진단되었다고 한다. 그만큼 위장 질환에서 이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 다수다. 물론 이 영역은 담적증후군과 겹치는 부분도 많지만 겹치지 않은 기능성 위장 질환에 대해 한의학에서는 어떻게 설명하고 치료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위장의 문제는 몸 전체에 있다!
한의학의 가장 큰 특징은 위장의 문제를 몸 전체에서 찾는다는 점이다. 위장 문제라 해서 서양의학처럼 위장 내에서만 문제 원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 시스템 차원에서 풀어나간다. 소화는 위장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간장과 심장과 콩팥 같은 이웃 장기의 영향을 받아 상호관계를 이루면서 수행하기 때문에 위장병의 원인이 위장에만 있는 게 아니라 다른 장기에 의해서도 유발된다는 원리다.
위장의 이웃, 간장은 위장을 돕기도 하고 해치기도 한다
우선 간장은 위산과 담즙 같은 소화액 분비에 깊이 관여한다. 간장이 피로하고 기능이 떨어지면 위산과 담즙 분비도 떨어져서 소화가 잘되지 않는다. 또 분노나 과음 등으로 병이 심해지면 위산과 담즙 분비는 과잉되어 속이 쓰리면서 점막이 손상되고 담즙이 역류한다. 또한 위장은 간장의 기운을 얻어야 소화운동이 잘된다는 한의학 이론처럼 간장의 도움 없이는 소화가 안 된다.
대개 우리가 먹은 음식은 위와 장에서 소화된다. 그리고 소화된 후 배설 물질 외의 모든 영양 물질은 문맥이라는 혈관을 통해 간으로 유입된다. 그런데 스트레스가 쌓이면 간장의 담즙 분비, 대사 기능, 영양 공급기능, 각종 호르몬 분비 기능 등이 응결된다. 간장이 잘 기능해야 먹은 음식이 간장으로 원활히 유입돼서 속이 편해지는데, 영양물들이 간장으로 빠져나가지 않으니 속은 더부룩해지고 가스로 인한 복부 팽만이 나타나며 심하면 역류 등이 나타나는 것이다. 주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간장이 울체되기 쉽다. 때문에 이런 경우에는 위장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라 간장의 울체된 기를 풀어주는 소간법을 적용해야 한다.
심장은 엄마처럼 위장을 돕는다.
심장은 어미가 자식에게 젖을 주듯이 위장에 좋은 영양과 혈액 공급을 하면서 위장을 돕는다. 그러나 지나친 스트레스로 심장 기능이 약해지면 위장에 혈액 공급을 하지 못해 소화 능력과 방어 능력, 회복 능력이 떨어져 궤양을 방조하거나 그 진행을 막지 못한다. 또 긴장하거나 극도로 예민한 상태에 빠지면 심장이 위축되면서 위장에 혈액 공급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에 위장도 빈혈에 빠져 소화력을 잃게 된다. 그래서 신경을 쓰면 소화가 잘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평소 잘 놀래거나 가슴이 두근거리며, 손발이 차고 저리면서 혈액순환 장애와 수면 장애가 나타나는 사람은 스트레스로 인한 위장병이 생기기 쉽다. 이런 경우에는 심장을 강화시키는 장담보심이나 귀비온담탕 같은 약을 처방하여 위장을 돕도록 한다.
엔진 오일 같은 점액을 공급해주는 콩팥
콩팥은 윤활유와 같은 좋은 진액을 저장하여 몸의 곳곳에 공급하는데, 특히 위장에 뮤신이라는 점막 보호 물질을 공급한다. 이 점액 물질은 위장으로 유입되는 각종 독성 물질과 과도한 위산의 공격으로부터 위장을보호하는데, 과로를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거나 선천적으로 콩팥이 약하면 이 점액이 위장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 위축성 위염이 발생하고, 위산 공격에 손상을 받아 궤양이 생기기 쉽다. 또한 콩팥은 양기(陽氣)가 소장되어 있는 곳으로서 이곳의 양기는 우리의 정력을 주도하기도 하고 콩팥 주변에 있는 장을, 여성의 경우에는 자궁을 따뜻하게 해준다.
한편 장은 본래 수분을 관리하는 곳이라 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장 앓이를 자주하게 되는데, 이 문제를 콩팥이 보완해준다. 그래서 콩팥의 양기가 약한 사람은 장이 차가워져서 설사나 과민성 장 질환을 앓게 된다. 때문에 신장의 양기를 높여주고, 진액을 충족시키는 보신법을 적용하여 치료한다.
장에 조성된 숙변의 더러운 가스, 폐가 처리
폐는 알다시피 호흡을 주도하면서 대기 중의 좋은 산소를 우리 몸에 공급하고 체내의 이산화탄소와 같은 노폐물을 배출하여 몸을 깨끗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한의학에서는 폐의 기능을 숙강(肅降) 기능이라고 표현하는데, 몸의 노폐물이나 나쁜 것을 체외로 숙청(肅淸)하는 기능을 폐가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대개 호흡을 통해서만 정화를 한다고 생각하지만 대장의 배설 기능도 폐가 주도하면서 장내 숙변 독소를 정화한다.
한의학에서는 폐와 대장은 상생 관계를 유지하면서 대변을 통해 암모니아와 같은 유해 가스를 배출한다고 설명한다. 즉 폐가 튼튼해야 장의 배설 기능이 원활해진다는 것이다. 운동을 해서 폐활량을 키우지 않으면 변비가 생기기 쉬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위장 자체가 약한 경우
위장의 근력이 약해 소화 연동운동을 제대로 못하거나, 위장에 혈액 공급이나 진액 물질이 충분치 않아 위장의 방어 능력이 약하거나, 또는 위장에 양 에너지가 부족하여 냉한 경우를 말한다. 이런 현상은 과로를 했다거나 다른 장기에 의해서 발생되기도 하지만 선천적으로 약한 위장을 지니고 태어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위장병은 담적 치료와 더불어 위장병 관련 요소 등을 모두 해결하는 치료법들을 고려해야 한다. 이를 통해 원인을 몰라 치료가 불가한 위장의 각종 문제도 비로소 해결될 수 있을 것이다. 소화불량 증상의 60~70%가 원인이 밝혀지지 않는 실태를 고려할 때 이런 이론과 치료법은 보다 근본적인 위장 치료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점막에 심한 궤양과 염증성 병, 헬리코박터균이나 폴립에 대해서 는 서양의학 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혹자는 양약과 한약을 같이 쓰면 부작용이 나타나지 않느냐고 우려하는데 동서의학 협력 치료를 적용해본 결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훨씬 근본적이고 완성도 높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었다. 따라서 점막의 문제는 양방이, 위장의 미들존 문제나 다른 장기와의 관계에서 비롯되는 기능적 문제에 대해서는 한방이 분담함으로써 치료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